마이크로소프트가 워드 안에 'Legal Agent'를 띄웠다. 변호사 전용 AI 에이전트로, 미국 Frontier 프로그램 멤버부터 풀린다. 핵심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 범용 LLM에 자연어 명령을 주고 해석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법률 실무에서 굳어진 반복 작업을 '구조화된 워크플로우'로 미리 박아 넣었다는 것. Office Product Group을 이끄는 Sumit Chauhan이 직접 강조한 표현이다. 플레이북을 기준으로 계약서를 조항 단위로 훑고, 트랙 변경이 살아있는 문서와 협상 이력을 그대로 다루며, 리스크와 의무를 짚어낸다.
흥미로운 건 출신 성분이다. 이 에이전트의 뼈대는 작년에 사실상 무너진 영국 스타트업 Robin AI 출신 엔지니어들에게서 왔다. Robin AI는 계약 리뷰 자동화에 베팅했다가 단독 제품으로는 살아남지 못했고, 그 인력을 마이크로소프트가 흡수해 워드라는 캔버스 위에서 부활시켰다. 변호사들에게 또 하나의 SaaS 탭을 열라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이미 켜놓은 에디터에 기능을 얹는 전략이다. 채택 비용을 0에 가깝게 깎아버리는 이 한 수는, Harvey나 Spellbook 같은 독립 플레이어들에게는 가장 듣기 싫은 종류의 소식이다.
설계상 또 하나 눈에 띄는 결정은 '자유도를 일부러 깎았다'는 점이다. 일반 Copilot이 어떤 명령에도 그럴듯하게 답하려 한다면, Legal Agent는 정형 워크플로우를 따르는 쪽으로 좁혀져 있다. 이는 변호사라는 사용자군이 가장 싫어하는 게 '창의적인 계약서 해석'이라는 현실을 정확히 짚은 선택이다. 정확도보다도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먼저인 시장이라, 결정론에 가까운 흐름이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
실제 시험대는 따로 있다. 한 문서 안에서 사람이 단 빨간 줄과 AI가 단 빨간 줄이 섞일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감사 추적과 책임 귀속을 얼마나 깔끔하게 표시할 수 있느냐다. 법무팀이 두려워하는 건 환각이 아니라 '누가 제안자인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Frontier 프로그램에 한정해 천천히 푸는 이유도 그 지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도메인 에이전트의 진짜 승부처는 모델 벤치마크가 아니라, 변호사의 일상 워크플로우 안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끼어드느냐 — 그리고 끼어든 흔적을 얼마나 정직하게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