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Word 안에 변호사용 AI 에이전트를 넣었습니다. 이름은 Legal Agent. 우선 미국에서 Frontier 프로그램을 통해 풀리고, 별도 앱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던 그 Word 화면 안에서 동작합니다. 변호사가 새 도구를 배우는 게 아니라, 매일 쓰던 도구가 한 칸 더 똑똑해지는 방향이라는 뜻입니다.
기능 자체는 변호사 워크플로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계약서를 조항 단위로 훑으면서 리스크와 의무 항목을 표시하고, 두 버전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고, 트랙 체인지로 수정안을 제안합니다. 서식은 건드리지 않고, 과거 리비전과 새 제안은 분리해 보여줍니다. 더해서 회사가 가진 사내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계약을 점검할 수도 있습니다. 로펌이나 인하우스 법무팀이 가진 "우리 회사 플레이북"을 그대로 룰처럼 꽂아 쓰는 형태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설계 철학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에이전트가 범용 AI 모델에 계약서를 던져 주고 "알아서 고쳐"라고 시키는 구조가 아니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일관성을 담당하는 별도 알고리즘이 따로 있고, 언어 모델이 모든 편집을 즉석에서 생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모델은 해석과 코멘트를, 문서에 들어가는 실제 변경은 결정 로직이 처리하는 분업입니다. 한 글자 차이로 책임 소재가 갈리는 계약서에서, 모델 변동성에 문구 자체를 맡기지 않으려는 선택입니다.
시장 신호도 분명합니다. 법률 AI는 그동안 Harvey 같은 신생 업체들의 무대였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별도 설치 없이 M365의 보안·컴플라이언스 경계 안에서 도는 형태로 들어왔습니다. 채팅 UI 경쟁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이미 살고 있는 문서 워크플로 자체를 점유하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도메인 정확도가 중요한 영역일수록, 변경의 "판단"과 "적용"을 분리하는 이런 패턴이 다른 산업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