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Siri를 전면 개편한다는 소문은 오래됐지만, Bloomberg이 이번에 공개한 iOS 27 렌더는 그 방향을 훨씬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화면 상단 중앙에서 아래로 스와이프하면 Dynamic Island에서 알약 모양의 Siri 채팅 버블이 펼쳐지고, 드롭다운에 Ask · Siri · ChatGPT 세 가지 선택지가 등장합니다. 어떤 앱을 실행 중이든 이 진입점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Android에서 홈 버튼을 길게 눌러 Gemini를 부르는 UX와 사실상 같은 패턴입니다. 애플이 수년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닫힌 생태계'가 AI 모델 선택 레이어에서만큼은 열리는 셈입니다.
새 Siri 앱의 인터페이스는 ChatGPT와 구조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하단 알약형 입력창, 첨부 파일 및 음성 버튼, 대화 기록 리스트가 기본 구성이고, 과거 채팅은 블록 카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Mark Gurman은 이 카드 레이아웃을 Google Keep의 노트 배열에 빗댔습니다. Liquid Glass 미학이 표면을 감싸고 있지만, 핵심 UX 뼈대는 애플이 가장 경계해온 채팅봇 인터페이스입니다. 디자인 언어는 애플답게 다듬었어도,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틀은 OpenAI가 먼저 만들어놓은 것을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변화는 Siri 앱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카메라 앱에는 기존 Photo와 Portrait 모드 사이에 Siri 모드가 끼어들고, Photos 앱에는 현재의 Clean Up 기능 외에 AI 편집 기능 세 가지가 추가됩니다. AI가 특정 설정 화면에 격리되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를 켜는 순간·사진을 고르는 순간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AI를 선택적 옵션이 아닌 기본 워크플로로 통합하겠다는 의도를 반영합니다.
이번 렌더들은 Bloomberg이 입수한 내부 자료와 관계자 진술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최종 디자인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애플은 자체 AI에 단독 베팅하는 대신, Siri와 ChatGPT를 같은 진입점 안에 나란히 배치해 AI 모델 선택권을 사용자에게 넘겼습니다. 플랫폼 자체가 AI 게이트키퍼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개방성을 경쟁 무기로 삼는 전략입니다. 그 실체와 완성도는 6월 8일 WWDC 키노트에서 확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