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계의 지배적 전제는 단순하다: 지능은 언어 안에 있다. ChatGPT도, Claude도, Gemini도 이 전제 위에 세워졌다. 수백억 달러가 이 방향으로 흘렀고, 가장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여기 모였다. Runway는 이 전제가 틀렸다고 보고 있다.
공동 CEO 아나스타시스 게르마니디스는 언어 모델의 근본적 한계를 이렇게 짚는다. LLM은 인터넷, 교재, 소셜 미디어 — 인류가 이미 정리해놓은 지식의 총합을 압축할 뿐이다.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려면, 텍스트가 아니라 세상을 직접 관찰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게 영상이다. 이 논리를 단순한 비전 선언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이유는 숫자다. Gen-4.5는 Lionsgate와 AMC Networks의 실제 프로덕션 파이프라인에 들어가 있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도 기술이 쓰였다. 2026년 2분기에만 ARR을 4,000만 달러 추가한 회사가 이 주장을 하고 있다.
2025년 12월 Runway는 첫 번째 월드 모델을 출시했다. 월드 모델은 환경을 충분히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해서 그 안에서 실험을 돌릴 수 있는 AI 시스템이다. 이미 로보틱스 유닛이 실전 배포 단계에 들어섰고, 게르마니디스의 최종 목표는 생물학적 월드 모델과 노화 연구다. 신약 임상의 대기 시간을 AI로 압축하면 과학 진보의 속도 자체가 달라진다는 계산이다. 영화 제작자를 돕겠다고 시작한 회사치고는 먼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전쟁은 양쪽에서 온다. Google은 Veo로 영상 생성 시장을, Genie로 월드 모델 시장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Luma AI는 9억 달러, World Labs는 12억 9,000만 달러를 쌓아뒀다. Runway는 AMD 벤처스·Nvidia로부터의 3억 1,5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8억 6,000만 달러를 조달했지만 자금력 격차는 좁히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물음표는 컴퓨트다. Stanford 강사이자 Workera CEO 카이안 카탄포루시는 잘라 말한다: "전용 클러스터 없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회사는 없다." Runway는 CoreWeave, Nvidia와 계약을 맺었지만 전용 클러스터 확보 여부는 아직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NYU 예대 출신 세 명의 베팅이 성립하려면, 영상에서 물리 법칙을 학습한 모델이 텍스트 중심 LLM이 도달하지 못한 지점까지 닿아야 한다. 아직 아무도 그 점프를 증명하지 못했다. 증명된다면, 할리우드 도구로 시작한 이 회사가 다음 과학 인프라의 핵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