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리프(Nanoleaf)는 스마트홈 조명 표준화 경쟁에서 선두 주자였다. 2020년 애플 HomePod Mini 출시 당시 첫 번째 Thread 호환 스마트 전구를 공급했고, Matter가 아직 약속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커넥티비티 표준에 수년치 R&D를 쏟아부었다. 그 선투자의 결과는 아이러니했다 — 표준이 정착되자 이케아가 약 만 원짜리 풀컬러 스마트 전구를 내놨고, 나노리프가 공들여 차별화한 기술들은 업계 기본값으로 흡수됐다. CEO Gimmy Chu는 이 상황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스마트홈이 지루해지고 있다."
이 발언은 자기 카테고리에 대한 솔직한 진단이다. Chu가 보기에 Matter 같은 오픈 표준은 IoT 호환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조사들의 가격 경쟁을 가속화한다. 표준이 곧 상품화(commoditization)의 엔진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노리프는 그 표준 위에서 작동하지만 복제하기 어려운 레이어로 이동하기로 했다. 올해 최소 세 가지 embodied AI 제품을 출시한다 — 공개된 이미지 기준으로 AI 완구, 데스크 컴패니언, 로봇 마이크로컨트롤러다. Chu가 강조하는 건 "ChatGPT를 스피커에 넣는 것"과 다른,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하드웨어 지능이다. 제품 하나는 유아 교육과 연관됐다고 했지만 세부 내용은 비공개고, 로봇 방향은 "가겠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Chu 본인이 인정했다.
웰니스 피벗은 이미 숫자로 증명됐다. 2025년 출시한 레드라이트 테라피 마스크가 회사 최다 판매 제품 중 하나로 올라섰다. 나노리프는 레드라이트 패널과 완드를 추가했고, 2026년에는 히팅·마사지·진동 기능을 탑재한 얼굴·신체용 기기 네 종을 더 낸다. 레드라이트 테라피는 효능 근거가 엇갈리는 분야지만, 나노리프의 포지셔닝은 효능 논쟁보다 앞에 있다 — LED 제조 노하우와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해 미국 시장 최저가를 목표로 한다. 새 카테고리를 새 근육으로 공략하는 게 아니라, 낡은 근육을 새 방향에 재배치하는 전략이다.
스마트 조명을 버리는 건 아니다. 여전히 매출의 80~90%를 차지하고, Matter 1.4 지원과 Matter 1.5 신제품이 올해 예정돼 있다. 오픈 API를 유지하면서 코드 오픈소스화도 검토 중인데, Chu는 이를 AI 호환성 강화와 연결 짓는다 — 더 개방적일수록 AI가 조명을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나노리프의 피벗이 흥미로운 이유는 방향 자체보다 타이밍에 있다. 표준화 싸움에서 가장 많이 싸운 회사가, 그 표준이 만든 상품화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다음 복잡성의 레이어로 먼저 뛰어들고 있다. 올 가을 IFA 베를린에서 실제 제품이 공개될 때, 이 도박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