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한 빌보드에 난수처럼 보이는 숫자 다섯 줄이 걸렸다. Listen Labs가 엔지니어를 뽑기 위해 쓴 5,000달러짜리 광고였다. 숫자의 정체는 AI 토큰이었고, 해독하면 베를린 클럽 Berghain의 문지기 알고리즘을 만드는 코딩 과제로 이어졌다. 수천 명이 도전했고 430명이 문제를 풀었다. 일부는 실제 채용으로 이어졌다.
이 바이럴 채용담은 이제 투자 뉴스로 연결됐다. Listen Labs는 Ribbit Capital이 주도한 시리즈 B에서 6900만 달러를 유치했고, 기업가치는 5억 달러로 평가됐다. Sequoia Capital, Conviction, Pear VC 등 기존 투자자도 참여했다. 회사는 출시 9개월 만에 연환산 매출이 15배 늘었고, AI 기반 인터뷰를 100만 건 이상 진행했다고 밝혔다.
Listen Labs가 겨냥하는 시장은 전통적인 고객 리서치의 불편한 선택지다. 설문은 빠르고 표본을 크게 만들 수 있지만, 응답자가 선택지 안에서만 움직이기 쉽다. 반대로 1:1 인터뷰는 맥락과 뉘앙스를 얻을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Listen은 AI가 참가자를 찾고,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후속 질문을 던진 뒤 결과를 핵심 테마와 하이라이트 영상, 슬라이드 덱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 간극을 줄이려 한다.
고객 사례는 속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Microsoft는 Copilot 사용자 스토리를 하루 안에 모았고, 기존 방식이라면 6주에서 8주가 걸릴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Simple Modern은 제품 콘셉트 검증을 위해 120명의 피드백을 몇 시간 만에 받았다. Chubbies는 어린이 대상 리서치 참여자를 5명에서 120명으로 늘렸고, 반바지 안감이 긁힌다는 문제를 발견해 제품 개선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속도는 절반의 이야기다. 돈이 오가는 리서치 패널에는 사기성 응답과 저품질 응답이 섞일 수밖에 없다. Listen은 LinkedIn 프로필과 영상 응답을 대조하고, 답변의 일관성과 수상한 패턴을 확인하는 품질 장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Emeritus는 기존 설문에서 약 20%가 저품질 또는 사기성 응답이었지만, Listen 사용 후 이를 거의 0에 가깝게 줄였다고 밝혔다.
다음 단계는 더 논쟁적이다. Listen은 누적된 인터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고객’을 만드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리서치 결과가 코드 수정이나 이탈 고객 대응 같은 실행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구상한다. 회사는 기업이 항상 개입하는 가드레일을 두겠다고 말하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자동화된 행동으로 바꾸는 순간 윤리와 책임의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결국 Listen Labs의 베팅은 고객 조사를 더 싸게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AI가 코딩 속도를 높인 시대라면, 사용자에게 묻고 다시 반영하는 속도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에 가깝다. 다만 그 루프가 실제 제품 개발의 기반이 되려면, 더 많은 인터뷰보다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응답과 책임 있는 적용 범위가 증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