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톱 렌즈가 AI 안경 시대의 핵심 부품이 될 수 있을까 — LetinAR의 PinTILT
OnePageDaily·5/21/2026·15 views
시속 160킬로미터로 달리는 오토바이 헬멧 안에서 도로 위에 네비게이션 화살표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폰도 없고, 바이저에 반사된 이미지도 아니다. 정보가 도로 자체에 그려진 것처럼 보이는 경험이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광학 모듈을 만드는 한국 스타트업 LetinAR이 스위스 ETH 취리히 스핀오프 Aegis Rider의 AR 오토바이 헬멧에 자사 모듈을 탑재해 2026년 유럽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컨셉 단계가 아니라 실제 고객사 제품이다.
LetinAR의 기술 이름은 PinTILT다. AI 안경 광학 모듈 시장의 두 주류 방식 사이에서 독자 경로를 찾는다. waveguide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접근으로 빛을 렌즈 전체에 분산시켜 얇고 가볍지만, 실제로 눈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적어 이미지가 어둡고 배터리 소모가 크다. birdbath는 빛을 눈으로 직접 집중시켜 밝고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지만 구조가 두껍고 무거워 일반 안경 프레임에 현실적으로 탑재하기 어렵다. PinTILT는 렌즈 내부 초소형 광학 소자의 배열 각도를 정밀 제어해 눈에 들어올 수 있는 빛만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얇고 가벼운 폼팩터를 유지하면서도 더 밝은 이미지와 낮은 전력 소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쟁사로는 WaveOptics, DigiLens, Lumus가 있으며 아직 어느 쪽도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 타이밍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은 2025년 870만 대로 전년 대비 300% 이상 급증했고, Omdia는 2026년 1,5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Meta는 AI 탑재 Ray-Ban 안경을 2023년부터 판매하고 있으며, Samsung이 7월 Gentle Monster와 협업한 첫 AI 안경을 공개할 예정이고, Google의 Android XR과 Apple의 진입도 임박했다. 화웨이, 샤오미, 알리바바까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이 모든 기기는 결국 광학 모듈이 필요하고, 그 모듈이 얼마나 얇고 가볍고 전력 효율적이냐가 제품의 실용성을 직접 결정한다.
2016년 고등학교 동창인 김재혁 CEO와 하정훈 CTO가 공동창업한 LetinAR은 LG전자의 투자를 받았고, 최근 한국산업은행과 롯데벤처스로부터 1,850만 달러를 추가 조달해 누적 투자액이 4,170만 달러에 달했다. 일본 NTT QONOQ Devices와 다이나북(구 도시바)이 이미 고객사이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빅테크 기업들과 차세대 AI 안경 R&D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2027년 한국 IPO가 목표다. 눈길을 끄는 지점이 하나 있다. 기존 투자자 LG전자가 자체 AI 안경 개발에 나섰다는 국내 보도가 이미 나왔다. 투자사가 경쟁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지만, 동시에 한국 최대 가전사가 이 카테고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안경을 만드는 모든 회사가 광학 모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면, 그 공급 포지션을 선점하는 기업이 이 생태계에서 차지할 위치는 스마트폰 시대의 AP 설계사와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