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헬스케어에서 AI가 바꿀 영역을 이야기할 때 보통 진단, 신약 개발,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TechCrunch가 다룬 Basata 사례는 훨씬 덜 화려한 곳을 가리킨다. 1차 진료 의사가 전문의 referral을 보낸 뒤, 환자가 실제 예약을 잡기까지의 행정 구간이다. 이곳에서는 아직도 팩스가 핵심 입력 채널로 남아 있고, 작은 행정팀이 수백~수천 건의 문서를 읽고 전화를 걸며 병목을 버틴다.
Basata의 접근은 이 병목을 문서 AI와 음성 AI의 조합으로 푸는 것이다. 팩스로 들어온 referral 문서에서 필요한 임상 정보를 추출하고, AI 음성 에이전트가 환자에게 직접 전화해 예약을 진행한다. 환자가 클리닉에 전화했을 때도 기본 문의나 처방 갱신 같은 행정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회사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장면은 환자가 주치의 진료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이미 전문의 예약이 잡히는 흐름이다.
이 회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확장 방식에도 있다. Basata는 심장내과에서 시작해 비뇨기과로 이동했고,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전문 분야의 큰 계약은 거절했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과마다 문서 양식, EMR, 전화 응대, 환자 흐름이 다르다. 그래서 ‘의료 행정 자동화’라는 큰 카테고리보다, 특정 전문과의 실제 업무를 얼마나 깊게 이해하느냐가 제품 신뢰를 좌우한다.
시장 신호도 작지 않다. Basata는 지금까지 약 50만 명의 환자 referral을 처리했고, 그중 약 10만 건이 최근 한 달에 발생했다고 한다. 총 조달액은 2,450만 달러이며, 새로 유치한 2,100만 달러 Series A에는 Basis Set Ventures와 Cowboy Ventures 등이 참여했다. 동시에 Tennr는 1억6천만 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Assort Health도 높은 평가액으로 투자자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의료의 백오피스가 이제 본격적인 AI 투자 테마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흐름에는 불편한 질문이 따라온다. Basata는 행정 직원을 대체하려는 회사일까, 아니면 밀려드는 문서와 전화 속에서 그들을 구해주는 도구일까. 창업자들은 현장 직원들이 자동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업무량에 압도돼 있다고 말한다. 반복적인 문서 확인과 콜백을 덜어내면, 오래 일한 직원들이 더 복잡한 예외 처리와 환자 응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사례의 의미는 AI가 의료를 한 번에 혁신한다는 거창한 약속에 있지 않다. 오히려 환자가 진료를 받기 전, 시스템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연결부를 고치는 데 있다. 최첨단 의료 기술이 존재해도 예약 전화가 늦으면 환자는 치료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팩스와 전화, 문서 처리 같은 낡은 백오피스가 AI의 가장 현실적인 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