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 Lilly의 Chief Information and Digital Officer Diogo Rau가 Wall Street Journal에 인정한 내용은, 지난 몇 년간 제약 AI 서사의 중심축을 흔든다. 업계가 가장 크게 외쳐온 약속 — AI가 신약 발견을 바꾼다 — 그 영역에서 AI는 사실상 바늘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진짜 돈이 굳고 있는 곳은 제조 라인과 백오피스다. Lilly가 Nvidia와 맺은 수십억 달러 파트너십, 업계 최강급 슈퍼컴퓨터에 쏟아붓는 자원의 1차 ROI도 결국 여기서 먼저 떨어지고 있다.
가장 구체적인 사례는 tirzepatide다. Mounjaro와 Zepbound의 활성성분으로 쓰이는 이 분자의 제조 공정을 Lilly는 디지털 트윈으로 복제해놓고, 머신러닝으로 압력·온도 조합 공간을 탐색했다. 그 결과 생산 시간이 줄고 처리량이 늘었다. 화려한 ‘AI가 만든 신약’ 발표가 아니라, 라인의 사이클 타임과 수율을 깎아내는 평범한 산업공학적 성과다. RBC가 추정한 미국 제약업계 향후 5년 약 900억 달러 절감도 이 결을 따라 읽어야 한다 — 발견의 기적이 아니라, 공정과 사무 자동화의 누적이다.
반면 가장 크게 약속됐던 영역은 여전히 미지급 상태다. RBC 애널리스트 Trung Huynh는 AI가 임상시험 성공률을 실제로 끌어올린다는 결정적 증거가 아직 없다고 평가한다. AI 신약 발견의 상징과도 같은 Recursion Pharmaceuticals는 창업 후 약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판된 AI 발굴 신약이 한 건도 없고, 작년에는 인력 20%를 줄였다. 90%에 달하는 임상 실패율을 깨겠다는 초기 비전과 현재 손익계산서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크다. 의미 있는 부분은 Recursion이 항암 후보물질을 18개월 만에 설계했다는 점 — 업계 평균 약 4년에 비해 빠르지만, 인간 임상은 여전히 수년이 걸리고, 시판까지의 시간표는 크게 압축되지 않았다.
그래서 Roche, GSK, AstraZeneca, Merck가 줄줄이 체결한 빌리언 달러 AI 딜의 손익도, 발표문이 그리는 시간표보다 한 박자 늦게 평가하는 편이 안전하다. 제약 AI에서 단기 IRR을 만드는 라인은 디지털 트윈 기반 공정 최적화, 규제 문서·약물감시(pharmacovigilance) 같은 백오피스 자동화, 공급망과 콜드체인 운영에 가깝다. 발견 단계는 hit-to-lead를 가속하는 도구로는 분명히 작동하지만, end-to-end 신약 출시 KPI를 흔드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투자자라면 ‘AI 발굴 신약 N호’ 같은 헤드라인보다,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제품 수, 공정 KPI 변화, 규제 제출 자동화율 같은 운영 지표를 먼저 보는 쪽이 현재 사이클의 진실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