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Ramp가 매달 내는 AI Index의 5월 수치에서, 처음으로 Anthropic에 결제하는 기업 비율이 OpenAI를 넘어섰다. 5만 개가 넘는 Ramp 고객사의 실제 카드 지출을 집계한 결과 Anthropic 34.4%, OpenAI 32.3%. 마케팅 발표가 아니라 송장 단위의 신호라는 점이 이 숫자의 무게를 만든다.
더 인상적인 건 변화 속도다. 1년 전인 2025년 5월에는 Anthropic에 돈을 쓰는 기업이 9%에 불과했다. 그 사이 비중이 26%포인트가량 붙는 동안 OpenAI는 1%포인트가 빠졌고, 전체 ‘AI에 결제하는 기업’ 비중은 9%포인트 늘었다. 시장 자체가 커지는 와중에 신규로 발생한 수요 증분 대부분을 한 쪽이 흡수한 셈이다.
Ramp의 이코노미스트 Ara Kharazian은 코호트 차이를 짚는다. 금융·테크·전문서비스처럼 AI를 강하게 쓰는 산업군에서는 Anthropic이 이미 선두였고, OpenAI가 우위를 지키고 있던 ‘그 외 산업’에서도 격차가 최근 몇 달 동안 꾸준히 줄었다는 것이다. 그는 Anthropic의 성공을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고객층부터 시작해 그들의 요구에 집중했고, 실행으로 증명한 다음 Cowork 같은 도구로 외연을 넓혔다”고 정리한다. 표본이 전혀 다른 OpenRouter 리더보드에서도 OpenAI가 Anthropic 위에 있던 마지막 달이 2025년 12월이라는 사실이 이 흐름을 보조한다.
다만 이 그래프를 ‘게임 종료’로 읽기엔 단서가 많다. Ramp 표본은 미국 중견 기업 비중이 높고,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 약정으로 빠지는 지출이나 컨슈머 시장은 잘 잡히지 않는다. Kharazian 자신도 본인 블로그에서 이 우위가 지속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API 호출 점유율이 아니라 ‘회사 법인카드에 어떤 AI 벤더 이름이 찍히는가’라는 훨씬 끈적한 지표에서 처음으로 균형이 기울었다는 사실이다. 이 흐름이 분기 한두 번 더 이어진다면, 엔터프라이즈 AI의 디폴트가 어디인지에 대한 통념도 재조정 구간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