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향후 5년간 구글 클라우드에 약 2,0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계약했다. 5기가와트 서버 용량을 확보하는 조건이다. 이 숫자는 구글이 투자자에게 공시한 클라우드 미래 계약 잔고(약 4,600억 달러)의 40% 이상을 단독으로 채운다. 지난 1분기 구글의 클라우드 잔고가 두 배로 뛴 배경에 앤트로픽 API 워크로드가 있다고 The Information은 분석한다.
오픈AI와 합산하면 두 회사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오라클 합산 2조 달러 클라우드 잔고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구도가 이상한 이유는 두 회사 모두 현재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다. 앤트로픽의 2025년 클라우드 지출은 2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4년의 3배다. 오픈AI는 올해 서버에만 약 450억 달러를 쓸 계획이다. 두 회사의 2029년 지출 전망을 합치면 약 3,800억 달러에 달한다. AI 붐의 실체가 두 적자 스타트업의 성장 베팅 위에 서 있다는 뜻이다.
이 베팅이 성립하려면 두 회사 모두 2029년까지 현재 대비 20~30배 매출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 오라클이 오픈AI와 3,000억 달러 계약을 발표한 지난 9월 이후 주가가 45% 하락한 건, 시장이 이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신호다. 반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구조적으로 다른 포지션에 서 있다. 구글은 앤트로픽 워크로드를 자체 개발 TPU 위에서 돌린다. 엔비디아 GPU를 임대해주는 구조보다 마진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오픈AI와의 계약을 수정해 Azure에서 발생하는 오픈AI 모델 수익 전액을 확보했다. 기존엔 20%가 오픈AI로 돌아갔다.
이 딜들이 드러내는 수익 구조는 명확하다. 모델을 개발하는 쪽은 성장 베팅을 먼저 해야 하고, 그 베팅이 실현될 때까지의 리스크를 전적으로 안는다. 인프라를 소유한 쪽은 베팅이 맞든 틀리든 계약 잔고에서 수익을 먼저 확정한다. AI 붐의 수혜가 어디에 가장 두텁게 쌓이는지는 누가 실행 계층을 통제하느냐로 결정된다. $2,000억이라는 숫자는 그 구조를 숫자로 증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