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의 비용은 클라우드 청구서에만 찍히지 않는다. TechCrunch가 보도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둔화는 그 사실을 꽤 선명하게 보여준다. 인도는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이고, 7억 명이 넘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가진 가격 민감형 소비 시장이다. 이곳에서 4~6월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 줄었다. 6월 분기 기준으로는 6년 만의 가장 큰 하락폭이다.
배경에는 메모리 공급망의 방향 전환이 있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제조사들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 생산 쪽으로 더 많은 역량을 보내고 있다. HBM은 일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들어가는 RAM·스토리지보다 웨이퍼당 수익성이 높다. 문제는 이 선택이 소비자 전자제품용 메모리 공급을 빡빡하게 만들고, 결국 기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인도는 이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Counterpoint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약 60%는 2만 루피 이하, 대략 210달러 미만 구간에 몰려 있다. 부품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보급형 기기의 가격 경쟁력은 빠르게 흔들린다. 실제로 1만5천 루피 이하, 약 150달러 미만 구간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45% 급감했다. 모델별 가격 상승폭은 4%에서 68%까지 벌어졌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대신 교체를 늦춘다. TechCrunch 보도에 인용된 Counterpoint 분석에 따르면 교체 주기는 기존 약 3.5년에서 4년 안팎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소비자는 중고폰으로 이동하고, 고가 기기는 할부와 금융 상품을 통해 구매 장벽을 낮춘다. 그래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삼성과 애플은 상대적으로 더 잘 버티지만, 보급형·중가형에 크게 기대는 브랜드는 마진 압박을 더 크게 받는다.
이 흐름은 온디바이스 AI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업계는 더 많은 AI 기능을 스마트폰 안에서 직접 실행하려 한다. 로컬 요약, 번역, 음성 처리, 이미지 편집, 개인화 검색 같은 기능은 네트워크 의존도를 낮추고 개인정보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보급형 기기까지 확산하려면 충분한 RAM과 저장공간, 그리고 감당 가능한 부품 가격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 공급망이 데이터센터 AI 수요에 먼저 끌려가는 중이다.
OnePlus가 유럽과 북미에서 신제품 출시를 중단하고 인도 사업은 유지하겠다고 한 장면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Counterpoint 데이터에 따르면 OnePlus의 글로벌 출하에서 중국 비중은 1년 전 59%에서 74%로 올라갔고, 인도 비중은 30%에서 19%로 낮아졌다. 마진이 얇아지는 시기에는 브랜드가 모든 시장과 모든 가격대를 동시에 붙잡기 어렵다.
인도 스마트폰 둔화는 지역 소비재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 공급망 뉴스다. HBM으로 향한 생산 역량은 데이터센터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보급형 스마트폰 가격을 밀어 올린다. AI가 더 많은 기기 안으로 들어오려면 모델 최적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메모리 가격, 교체 주기, 중고 시장, 할부 금융, 브랜드의 지역 전략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서버실의 AI 경쟁이 손안의 스마트폰 구매 결정까지 내려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