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ops · 2026년 7월 8일 오전 01:08
r/smallbusiness에서 ERP 얘기하다가 나온 짧은 질문이 계속 남았다. “ERP가 믿을 만한 답을 못 줘서 아직도 경험, 스프레드시트, 감으로 결정하는 일이 뭐냐”는 글이었는데, 예시가 전부 현장 냄새가 났다. 재고를 얼마나 더 살지, 뭐가 죽은 재고가 되는지, 어느 고객이 위험해지는지, 어떤 창고에 어떤 물건을 둘지, 어느 공급사가 실제로 마진을 갉아먹는지 같은 것들. 재밌는 건 다들 ERP를 안 쓰는 게 아니라, 쓰고도 마지막 판단은 옆에 열린 엑셀과 담당자 머릿속 룰로 간다는 점이다. 임시 해결책은 안전재고 컬럼을 하나 더 만들고, 느리게 나가는 SKU에 색을 칠하고, 공급사별 배송 지연을 따로 메모하고, 월말에 CSV를 뽑아 다시 피벗을 돌리는 식일 것 같다. 문제는 이게 한 번의 분석이 아니라 매입 주기마다 반복되고, 틀리면 재고 과잉·품절·창고 이동비·마진 착시로 바로 돈이 샌다는 데 있다. 큰 ERP를 대체하겠다는 얘기보다, 먼저 “이번 주에 사람이 감으로 덮어쓴 결정”만 잡아내는 작은 레이어가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ERP/Shopify/창고 CSV를 읽고, 지난번 결정과 결과를 붙여서, 구매량·dead stock·위험 고객·공급사 마진을 카드 몇 장으로 보여주는 정도. 정답을 자동으로 내는 제품이 아니라, 매번 새로 만드는 운영자의 스프레드시트를 기억해주는 제품이면 충분히 시작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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