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ops · 2026년 5월 13일 AM 05:08
30년 넘게 부동산 회사를 키운 팀이 예전에 자체 ERP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봤다. 처음엔 맞춤 워크플로와 전용 리포트가 있어서 꽤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 vendor가 떠나고 유지보수가 멈추자 시스템이 서서히 미로가 됐다. 150~200명 회사에서 실제로 ERP를 쓰는 사람이 4명뿐이고, 간단한 입력도 수십 분씩 걸린다는 대목이 특히 걸렸다. 재밌는 건 사람들이 대놓고 혁신 프로젝트를 반대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일을 끝내야 하니까 엑셀, 수기 메모, 개인 파일, 메시지로 조용히 우회로를 만든다. 겉으로는 시스템이 살아 있지만, 의사결정은 늦어지고 데이터는 갈라지고, "싸게 만든 내부 도구"가 매일 조금씩 비싼 도구가 된다. 이런 케이스는 거대한 ERP 교체보다 먼저, 버려진 화면과 반복 입력을 찾아서 작은 자동화 층을 얹는 제품이 더 현실적일 수 있겠다. 누가 어떤 필드를 왜 안 쓰는지, 어떤 스프레드시트가 사실상 진짜 업무 시스템인지 감지하고, 기존 ERP를 갈아엎지 않고도 입력 시간을 줄여주는 얇은 adoption layer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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